목숨과 역사를 건 시 두편 (펌)

2013.07.18 22:40

방수철 조회 수:6995

何如歌와 丹心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 같이 얽혀져 백년까지 누리리라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줄이 있으랴

 

 

7백 년 동안 애송되어온 한국문학의 대표적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고시조 두 편을 올려 본다.

옛날에 쓴 시라고 해서 고시조라는 이름표를 달게 되었지만 시조문학을 통 털어서 봐도 이만한 역사성과 함께 작품성을 갖춘 시조는 찾기 어렵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정도가 아니라 암송 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시조다. 가히 명품이다.

옛시조에 제목은 없다. 하지만 이 시조는 하도 그 유명세가 오래도록 지속되어 내려오는 바람에 작품에 얽혀진 상대적 사연을 일컬어 이방원이가 지었다는 하여가와 화답송으로 보냈다는 정몽주의 단심가로 후대의 사가들은 이름을 붙여 읽고 있다.

 

고려의 힘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을 무렵 혁명을 계획해 온 이성계와 그의 추종자들이 논의했다. 자고로 고려의 충신들을 포섭 해 가담시켜야 백성들의 지지를 더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大宗 이방원이 포은을 초대 해 술 한 잔 따르면서 회유했다.

기울어 가는 王씨 왕조 뭐 볼 것이 있느냐. 날 샜다. 백성들을 위하여 혁명에 가담합시다. 그 때나 지금이나 정치꾼들은 물론 백성들을 앞세웠을 것이 분명하다.  李씨를 왕조로 모시면서 만수산 칡넝쿨이 서로 엉켜 뻗어가듯이 그렇게 까탈 부리지 말고 우리도 같이 어우러지면서 한 백년 영화를 누려 보자고 속내를 떠 봤다. 여름 날 칡넝쿨만큼 온갖 나무들을 휘감치면서 태평가를 부르는 넝쿨 식물이 없다. 佳句다. 하여가의 전편에는 활달한 기개와 함께 취기까지  풍겨오는 풍류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포은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면서 잡는 소매를 결연히 뿌리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칼바람이 휘도는 술좌석이 되고 만다. 그리고 단심가를 지어서 보낸다. 어쩜 등기속달로 우송 했으리라. 아니면 참살되기 전에 선죽교를 건너가는 말 위에서 청솔가지 사이로 흘러가는 달빛을 우러러 읉었으리라

 

담대하고도 호방한 이방원의 프러포즈에 대하여 포은의 화답은 모골이 송연하도록 싸늘하고 단호하다. -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더라도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야 있건 없건 간에 님 향한 일편단심은 버릴 수가 없다 - 비록

땅거미가 내리면서 어둠은 오고 있지만 너머가기를 싫어하여 산마루에 앉아있는 석양이다. 마지막 남은 열정을 산화하는 태양이다.

단종애사 때 사육신을 비롯한 수많은 충신들의 단심가가 있지만 포은의 이 작품을 으뜸으로 치는 것은 중장에서 말 하고 있는-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결연한 외침 때문이리라.  

 

두 편의 작품을 대할 적마다 가슴 치는 감동이 하나 더 있다.

세계 어느 나라 역사에 아니 어느 나라 문학사에 이런 사건이 있었겠는가를 생각 해 본다. 혁명전야에 정적의 심중을 살펴보기 위해서 시 한 편을 지어서 이렇게 주고받은 경우가 있겠는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삶과 죽음의 갈림 길에서 시를 주고받는 것으로 협상의 문서를 대신 했으니 가히 우리 조상님들의 기개와 멋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겠는가.

아깝다. 한 사람은 죽고 상대는 혁명을 감행했다. 한 나라의 흥망을 앞둔 긴박한 상황을 리얼하게 표출한 서사시 大作이다.

우리는 이 작품을 단지 그런 사연을 갖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지만 실지로 세계사에 빛나는 시조문학의 꽃이라고 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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