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리 리버맨’과 HYO정신 **

2015.02.21 23:53

김승훈(41) 조회 수:3080


노년에 대가가 된 사람 : 미술가 ‘해리 리버맨’과 HYO정신



                                               효와 행복연구소장
                                                        교육학박사 고영기


 


   오늘날 의학의 발달로 사람의 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1948년에는 50세도 안됐지만, 2008년에 와서는 80세를 넘어섰습니다.즉 60년만에 30년 이상 수명 연장이 되었지만 앞으로 닥칠 미래에는 급속히 발전하는 과학·기술뿐 아니라 높아진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여건으로 짧은 기간에 더욱 더 수명은 연장되리라 기대됩니다. 


   따라서 현재 60세를 정년으로 퇴임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더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대여명은 적어도 20년 이상은 될 것이라고 추산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추세로 간다면 앞으로 10년후에는 기대여명이 30년을 넘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합니다. 평균수명의 증가는 그동안 우리들이 살아온 삶에 대한 인식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평균수명이 80세, 90세로 늘어나니 우리의 인생설계도 바뀔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노후에도 우리가 살아야 할 삶의 기간이 최소한 20~30년이나 되니 계획 없이 살기에는 너무 긴 세월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 늘어난 평균수명을 어떻게 보람있게 활용하느냐가 우리들의 당면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 자체가 궁극적인 목적이 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인생의 말년을 상당 기간 병원에 누워있거나 지팡이에 의지해 비틀거리며 살아 간다거나, 목적없이 세월을 보내면 100세까지 산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제 여생을 건강하게, 그리고 보람있게 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스스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스려 나가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영국의 노인 심리학자 ‘브롬디’는 인생의 4분의 1은 성장하면서 보내고, 나머지 4분의 3은 늙어 가면서 보낸다고 하였습니다. 사람이 아름답게 죽는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나, 보다 어려운 것은 아름답게 늙는 것입니다. 즉 행복하게 늙어 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인생에도 스포츠처럼 전반전과 후반전이 있습니다. 전반전에는 자기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하여 불철주야 노력하지만 후반전에는 자기에게 주어진 삶의 진정한 의미를 성취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년기가 인생의 봄이라면 청년기는 인생의 여름입니다. 장년기는 열매를 따먹은 인생의 가을이며 노년기는 인생의 겨울입니다.


   그러나 역사상 큰 업적을 남긴 사람들을 보면 나이와 상관없이 일한 사람들입니다. 세계 역사상 최대 업적의 35%는 60세~70세의 노인들에 의하여 성취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23%는 70세~80세 노인들에 의하여, 그리고 6%는 80세 이상의 노인들에 의하여 성취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역사적 업적의 64%가 60세 이상의 노인들에 의하여 성취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콤모르도 빈더빌트는 대부분의 모든 사람들이 은퇴하는 나이인 70세가 넘었을 때 철도회사를 만들어 대성한 사람입니다.  미켈란젤로는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전의 돔을 70세에 완성하였습니다. 하이든, 헨델 등도 고희의 나이 70세를 넘어 불후의 명곡을 작곡하였고, 베르디는 80세에 오페라 오델로를 작곡하였습니다. 소포클레스가 '클로노스의 에디푸스'를 쓴것은 80세 때였고, 괴테가 대작 '파우스트'를 완성한 것은 82세 때였습니다. 세잔느도 일생동안 사과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는 늙어서 이렇게 고백하였습니다. “만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사과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네도 85세 이후에 그의 거작을 그려 냈습니다.   



   아래 이야기는 77세 때 그림 공부를 처음부터 시작하여 대가(大家)가 된 미국의 ‘해리 리버맨’(Harry Lieberman: 1880-1983) 이야기입니다


   “해리 리버맨’은 폴란드 출신으로 1905년 26세 때 영어는 한마디도 못하면서 단 돈 6달러와 조그만 손가방만을 들고 미국으로 이민을 왔습니다. 처음에는 할렘가 유태인 거주지역에서 현금출납원으로 출발하여 생활의 터전을 잡자 곧 그의 아내를 폴란드에서 데려와서 400달러로 맨하탄 로우 이스트 사이드에 과자 도매상을 차렸습니다. 그는 열심히 일하고 저축한 덕분에 11년만에 부자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풍요로워 졌습니다. 77세가 되던 해 그는 남은 여생을 조용히 보내리라 마음 먹고 은퇴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매일 노인학교에 나가 친구들을 만나 소소한 잡담을 하거나 체스를 두며 안정된 노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해리 리버맨’은 노인학교에 나갔으나 마침 체스 상대자가 병이 나서 나오지 않았습니다.‘해리 리버맨’은 그냥 멍하니 양지쪽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 한 젊은 봉사자가 다가와‘해리 리버맨’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그냥 앉아 계시지 말고 미술실에 가서 그림이나 그려 보시는게 어떠세요?”
“내가 그림을? 나는 붓 잡을 줄도 모르는데……”
"그야 배우면 되지요?"
"그러기엔 너무 늦었어. 나는 이미 일흔이 훨씬 넘었는걸....."
"제가 보기엔 할아버지의 연세가 문제가 아니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더 문제 같은 데요....“


   80세를 목전에 둔 나이에 무엇을 새로이 시작한다는 것이 두려웠지만 젊은이의 그런 핀잔에 자극을 받은‘해리 리버맨’은 곧 미술실을 찾아 갔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지도 않았으며, 등은 굽고 붓을 잡은 손은 떨렸지만 ‘해리 리버맨’은 매일 거르지 않고 열심히 그림을 그렸습니다. 더욱이 그의 연세가 가지는 풍부한 인생경험으로 인해 그는 인생의 깊이가 담긴 성숙한 그림을 그릴 수가 있었으며, 이 새로운 일은 그의 마지막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장식해 주었습니다. 그가 바로 미술 평론가들로부터 '원시적 눈을 가진 미국의 샤갈(Marc Chagall)'이라고 평가를 받은 '해리 리버맨'입니다.


 ‘해리 리버맨’은 이후 많은 사람들의 격려와 칭찬속에서 죽을 때까지 수많은 그림을 남겼으며 101세, 스물 두 번째 전시회를 마지막으로 삶을 마쳤습니다. 오늘날 그의 그림은 많은 미술관의 벽에 걸려 있을 뿐만 아니라 그림 수집가들이 계속해서 그의 그림을 사들이고 있을 정도로 높이 평가 받고 있습니다.“


   만약 ‘해리 리버맨’이 나이를 핑계로 새로운 도전을 포기했더라면 그는 무명의 노인으로 삶을 마쳤을 것입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일정한 나이가 지나고 나면, 심한 경우에는 학창시절을 지나고 나면 자신의 인생이 어느정도 결정되어 버린 것으로 여기고 새로운 도전을 스스로 포기합니다. 즉 나이는 아직 젊어도 마음은 이미 노인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해리 리버맨’은 대부분의 그 또래의 사람들이 은퇴후 생활에 안주하고 있을 때, 77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 자신의 숨은 재질을 갈고 닦아 노년에도 대가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위 이야기는 무슨 일을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때라는 것은 없으며, 더구나 나이가 몇살인가는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상식대로라면 집에서 편히 쉬고 있어야 할 나이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해리 리버맨’ 외에도 죽는 순간까지 '인생의 현역'으로 살며 활동했거나 활동중인 사람은 국내·외에 많이 있습니다. 이렇듯 늙어서도 자기만의 할 일을 찾아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이 이미 나이가 많아 무엇을 새롭게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포기하고 있을 때, 새로운 일에 도전하여 왕성하게 활동함으로써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안일한 삶에 안주하고 있는 노년들에게 "뜻만 있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고 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 때입니다. 계획만 세워놓고 미적거리던 일이 있다면 지금 당장 시작해 보십시요. 그래서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도 생겨난 것입니다.


   결국 우리의 인생에서 늦은 때란 없는 것입니다. 나이가 많아서 새롭게 시작할 수 없다는 것은 자기 자신이 만든 생각일 뿐입니다. ‘생각을 바꾸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프랑스 속담에 “아무리 늦더라도 시작하는 것이 결코 시작하지 않은 것보다 낫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즉 늦었다고 생각만하고 시작하지 않으면 충분히 이룰 수 있는 꿈들을 놓치게 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것이 있지만 아무것도 가진게 없다고 해도, 더 나아가 아무 재능이 없다고 느낄 때도 자신만이 가진 꿈·희망·용기·정열이라는 재산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러한 사람은 이미 놓쳐 버린 기회를 후회하는 사람이나, 오지않은 미래를 위해 무모한 계획만 세워놓고 실천하지 않은 사람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노후는 덤으로 사는 인생이 아닙니다. 지금까지는 은퇴 후의 노후생활은 덤으로 사는 것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서 노년기에 들어서면 체력과 기력이 쇠약해지니 사회적 활동 무대에서 물러나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조용히 보내는 것으로 여겨왔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은퇴 후에도 적어도 20년, 혹은 30년 간을 더 살아야 하는 짧지 않은 기간이 남아 있는 데다가 넉넉한 식생활과 의료혜택 덕택으로 건강하니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기력이 남아 있는데,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무료한 나날을 보내야 한다면, 이는 즐거운 은퇴생활이 아니라 고통스러운 은퇴생활이 되기 마련입니다.


   은퇴 후는 이제 내 의지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는 참 인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또 다른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동안 내가 하고 싶었던 일, 또 내가 남보다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 나 자신을 위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의 어머니, 할머니 세대는 어려운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여건으로 인하여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일이 있어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후손들을 위하여 자신들을 희생한 수많은 조상들 덕분에 경제 선진국이 되었고, 이제 노년기에 들어서도 우리만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커다란 축복이니 기쁜 마음으로 새로운 노년의 삶을 개척해 나가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며, 모든 사람이 평등한 위치에서 공존·공영하며 함께 살아야 한다는 정신, 즉 사람은 사람답게 서로 대우하면서 함께 잘 살아야 한다는 자세를 가진 HYO(Humanity between Young and Old)와 인도(人道)정신을 마음 밑바탕에 가지고 실천할 때 ‘해리 리버맨’같은 행복한 노년의 삶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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