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의 그림자, 그리고 희망

박 록 / 주필

지난해부터 인종차별의 대명사처럼 불려온 미주리 주 퍼거슨 시는 조용할 날이 없다. 3월 들어서도 뉴스가 잇달았다. 첫 주엔 연방법무부의 퍼거슨 보고서가 발표되었고, 둘째 주엔 보고서에서 드러난 인종차별 관련 6명의 시 공직자들이 줄줄이 옷을 벗었으며, 시위 청년의 총격에 2명의 경관이 부상당했고… 오늘은 경찰국장 토머스 잭슨이 공식 사임한다. 공권력을 이용해 경찰의 본분인 주민보호 대신 주민착취 돈벌이에 유능했던 기막힌 ‘공복’의 퇴출이다.

그 중간 중간, 흑인 참정권 운동의 상징인 ‘셀마행진’ 50주년 기념행사에 첫 흑인 대통령이 참석해 퍼거슨의 인종차별이 존재하는 한 “셀마의 행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역설했으며, 오클라호마 대학 한 남학생 사교클럽 회원들은 “우리 클럽엔 검둥이는 절대 없을 거야, 우린 검둥이를 나무에 매달 수 있거든, 결코 우리 클럽엔 가입하지 않을 거야”라고 노래하는 장면이 동영상으로 공개된 후 퇴학당했다.

인종주의 종식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거듭 상기시켜주고 있는 ‘퍼거슨’이 그 어두운 그림자를 미국인들의 마음속에 던져주는 요즘 한 흑인 진보 언론인의 칼럼이 작은 파장을 낳고 있다. 이번 주 초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조나단 케이프하트의 칼럼은 제목부터 충격적이다 : “‘손들었다, 쏘지 말라’는 거짓말에 기반을 두고 있다”지난 8월 퍼거슨에서 비무장 흑인 청소년 마이클 브라운을 총격 살해한 대럴 윌슨 경관의 정당방위를 인정한 법무부 보고서를 자세히 검토한 후 케이프하트는 사건 초기 불충분한 증거와 불확실한 정황에서 성급한 판단으로 윌슨을 유죄로 생각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6개월에 걸쳐 퍼거슨의 민권법 위반 인종차별에 대한 심층조사를 실시한 연방 법무부는 지난 4일 발표한 보고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브라운 총격 관련으로 윌슨의 민권법 위반에 대해 무혐의 처리하며 연방대배심의 기소는 적절치 않다고 결론지었다. 수많은 목격자, 세 차례의 검시결과, DNA 증거들을 근거로 윌슨의 정당방위를 완곡하게 인정한 것이다.

브라운이 경찰에게 손을 들고 투항하려던 순간 총에 맞아 숨졌다는 일부 목격자들의 증언은 신빙성이 없으며 물적 증거가 브라운이 윌슨을 공격하고 그의 총을 빼앗으려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이 결론으로 시험대에 오른 것은 민권운동의 새로운 구호가 된 “손들었다, 쏘지 말라”였다.

케이프하트는 “브라운이 두 손 들고 투항하지 않았고 윌슨은 정당했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있다”고 인정하며 브라운 사건은 “침묵 속에 고통 겪는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스’를 주었으나… 우리가 거짓된 스토리의 배너 아래서 행진해서는 안된다… 브라운은 ‘부적절한 상징’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보고서에선 인종차별 만연한 경찰국의 부패상이 낱낱이 드러났다. 시정부 각 부처가 한 통속이 되어 흑인주민을 표적으로 ‘돈벌이’에 공권력을 상상이상으로 남용한 사례들이 적발되었다. 시 행정관은 더 많은 수입을 올릴 것을 요구했고 경관들은 티켓 발부량에 따른 ‘생산성’에 근거해 승진되었으며 경찰의 위법행위를 견제해야할 법원은 컬렉션 에이전시로 전락했다.

교통위반 티켓을 받은 한 백인은 친구인 시 관계자로부터 “네 200달러짜리 티켓은 마법처럼 사라졌어!”라는 연락을 받았지만 고물차에 타이어가 없다는 이유로 티켓을 받은 가난한 흑인여성은 1,200달러의 벌금을 내야했고 공원에서 농구한 뒤 차에서 쉬던 흑인청년은 아동추행 의심혐의로 8장의 티켓을 받았는가하면 개스 넣던 흑인목사는 근처가게 절도용의자로 몰려 체포당했고 경찰 옆을 걸어가던 한 흑인은 ‘걷는 매너’ 위반 티켓을 받았으며…이렇게 쥐어짜내 금년회기엔 퍼거슨 시 예산의 23%인 300만 달러 거두기를 목표삼고 있었다는 사실이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철저한 분석을 근거하여 작성된 불편부당한 내용의 보고서로 신뢰받을 만하지만 양극화가 굳어진 찬반여론을 바꾸기엔 역부족이라고 그레고리 월런스 전 연방검사는 지적한다. 민권운동가들은 경찰 내 만연한 인종주의 폭로는 환영하면서도 “살인자에게 면죄부를 주었다”고 비난하고, 경찰지지그룹에선 “이제야 악당경찰이 무고한 흑인을 죽였다는 거짓말을 바로잡았다”면서도 “반경찰 정서를 조장하는 위험한 선전물”이라고 역시 비난한다.

그러나 진보 언론인이 “쏘지말라…”의 허구성을 지적했듯이 일부 보수 언론도 인종차별 보고서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공권력 남용에서 시민보호를 원한다면 법무부 보고서에 감사해야 한다”고 보수 온라인 매체 ‘내셔널 리뷰’는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셀마 기념행진에서 강조했다 : “우린 눈과 귀와 가슴을 열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 나라의 인종역사가 아직도 우리에게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오늘도 퍼거슨 거리에서 대치 중인 흑백 시위대는 각각 흑인청소년을 총격 살해한 백인경관의 정당방위도, 흑인만을 가혹하게 다루는 백인경찰의 집단적 인종차별도 인정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진보와 보수 지성인들의 이성적 판단은 일말의 희망을 갖게 한다. 그것이 모두가 이념을 떠나 눈과 귀와 가슴을 열게 될 ‘언젠가’를 향한 첫 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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