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23 22:41
복싱 역사상 최고의 빅매치 중 하나가 될 <메이웨더 VS 파퀴아오> 경기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메이웨더는 47전 47승의 전적을 자랑하는 동급최강의 흑형이고, 파퀴아오는 무려 8체급 석권이라는 만화같은 기록을 보유한 필리핀의 국민영웅입니다. 복싱스타일도 방어형(메이웨더) 대 공격형(파퀴아오)으로 대조적인데다, 개인적인 성격에서도 메이웨더가 거만하고 돈지랄 잘하는 밥맛스타일인데 반해 파퀴아오는 겸손하고 가정적인 스타일이어서, 거의 모든 면에서 상극인 두 선수의 격돌은 저같은 어중이떠중이까지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한국에선 공중파에서 생중계한다던데 미국에서는 PPV로 돈내고 봐야하네요 쳇 ㅠ 지구촌 복싱팬들이 오랫동안 고대해온 슈퍼스타 플로이드 메이웨더(미국)와 매니 파퀴아오(필리핀)의 '세기의 대결'이 오는 5월3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립니다. 이 경기의 비중과 의미를 말해주듯 복싱 역사상 최고 흥행 수입, 최고 대전료, 최고가 입장권 등 숱한 화제를 낳고 있습니다. 해외 언론들도 연일 관련 뉴스를 쏟아내며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메이웨더-파퀴아오 대결을 앞두고 복싱팬이라면 미리 알아두어야 할 사항을 10가지로 정리해봤습니다. 1. 빅 매치 극적 합의 과정 두 선수의 빅 매치는 2009년부터 몇 차례 논의됐지만 그때마다 양측이 세부 사항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으며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반전의 계기는 지난해 12월 마련됐습니다. 메이웨더가 "과거에 기량을 겨룰 기회를 갖지 못해 유감이다"는 말로 대결 의사를 간접적으로 나타냈고 이에 대해 파퀴아오가 "전 세계 사람들과 팬을 위해 대결이 이뤄지도록 하자"고 화답하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1월27일 메이웨더와 파퀴아오는 미 프로농구(NBA) 경기가 열린 마이애미에서 처음으로 직접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두 선수는 휴대전화 번호를 교환하며 자주 통화하자고 말했습니다. 이후 양측의 협상이 벌어졌고 지난 2월20일 메이웨더는 파퀴아오와 대결에 합의했다고 공식발표했습니다. 2. 통합챔피언 놓고 147파운드로 격돌 현재 메이웨더는 WBA(세계복싱협회) 슈퍼웰터급 챔피언에 WBC(세계복싱평의회) 슈퍼웰터급, 웰터급 챔피언까지 겸하고 있습니다. 파퀴아오는 WBO(세계복싱기구) 웰터급 챔피언입니다. 따라서 이 경기의 승자는 명실상부한 웰터급 통합챔피언에 등극합니다. 두 선수는 웰터급 한계 체중인 147파운드(약 66.7kg)에 맞춰 링에 오릅니다. 3. 최고 흥행수입과 최고가 티켓 세기의 대결답게 흥행 수입은 사상 최고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페이퍼뷰' 수입으로 3억 달러, 해외 방송 중계권료와 입장권 수입으로 1억 달러 등 총 4억 달러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이 경기를 SD급으로 시청할 경우 89.95달러, HD급으로 보면 99.95달러를 내야 합니다. SD급만 해도 한국 돈으로 10만원에 가깝습니다. 경기장 입장료는 가장 싼 게 3,500달러(약 382만원)이고 가장 비싼 링 사이드 암표 값은 무려 25만 달러(약 2억7천3백만원)까지 치솟았습니다. 보통 세계 복싱 챔피언이 받는 대전료보다 더 많은 금액입니다. 4. 대전료는 6대4로 배분 두 선수의 정확한 대전료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메이웨더가 60%, 파퀴아오가 40%를 받는다는 원칙은 정해졌습니다. 해외 언론들은 최소한 메이웨더가 1억5천만 달러((1,6380억 원), 파퀴아오가 1억 달러(1,092억 원)을 보장받았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양측이 합의한 공식 문서를 보면 사실상 메이웨더가 챔피언, 파퀴아오가 도전자 입장에서 경기에 나섭니다. 공식 대결 명칭에도 메이웨더 이름이 먼저 나오고, 메이웨더가 챔피언 대우를 받아 두 번째로 입장하고 두 번째로 소개되고 링 코너와 라커룸 선정에도 우선권을 가집니다. 5. 장소는 '신흥 복싱 메카' MGM 호텔 세계 복싱사에 길이 남을 두 선수의 빅 매치는 미국 라스베가스에 위치한 MGM 호텔 부설 경기장에서 열립니다. 1만7천명을 수용하는 이 경기장은 마이크 타이슨이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었던 장소이고 메이웨더-오스카 델라 호야, 파퀴아오-오스 델라 호야 등 숱한 빅 매치가 개최됐던 곳입니다. 특히 메이웨더가 최근 11번의 경기를 연속해서 여기서만 치를 만큼 메이웨더의 안방이나 다름없습니다. 파퀴아오 측이 관중이 훨씬 많이 들어올 수 있는 달라스 카우보이 스타다움을 제안했지만 메이웨더는 일언지하에 거절했습니다. 6. 도핑 검사서 양성반응 나오면 끝 2010년에 세기의 대결이 성사될 뻔하다 무산된 가장 큰 이유가 메이웨더가 올림픽 수준의 도핑 검사를 요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파퀴아오는 이에 대해 대결 한 달 전에는 가능하지만 며칠 앞두고 피를 뽑는 것은 경기력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안 된다고 반대했습니다. 메이웨더 측은 "혹시 파퀴아오가 금지약물을 먹기 때문에 꺼리는 것 아니냐?"맞섰고 이에 발끈한 파퀴아오 측은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검토했습니다. 이번에 두 선수는 미국 반도핑기구(USADA)가 실시하는 올림픽 스타일의 도핑 테스트에 합의했습니다. 경기 전에 불시 혈액검사와 소변 채취가 이뤄지고 경기 직후에도 도핑 검사가 실시됩니다. 검사 결과 금지약물 양성반응이 나오는 선수는 승리한다 해도 타이틀 박탈은 물론 4년간 자격 정지를 당하게 됩니다. 사실상 선수 생활을 불명예스럽게 마쳐야 하는 것입니다. 7. 부상은 100만 달러짜리 벨트 이 경기의 승자는 WBC로부터 새로 만든 벨트를 부상으로 받습니다. 에메랄드와 순금으로 만든 이 벨트의 제작비는 무려 100만 달러입니다. 벨트에는 승자의 얼굴과 '복싱의 전설' 무하마드 알리, 그리고 호세 술레이만 WBC 회장 얼굴이 새겨집니다. WBC가 이 경기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8. 글러브는 8온스, 제조사는 따로따로 두 선수는 8온스 글러브를 착용합니다. 하지만 제조사는 각각 다릅니다. 그동안 글러브는 두 선수에게 매우 예민한 문제였습니다. 파퀴아오는 과거 에릭 모랄레스와 싸울 때 자신이 사용한 글러브가 너무 푹신푹신해 상대에게 충격을 주지 못했다고 불평했습니다. 메이웨더는 마르코스 마이다나와 대결할 때 마이다나 글러브의 '너클파트'(손가락 제2관절과 3관절 사이)패딩이 충분하지 않아 마치 송곳에 찔린 것처럼 무척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을 연출했고 '부정 글러브'라며 이의를 제기하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양측의 합의 하에 각자 원하는 글러브를 끼기로 했습니다. 메이웨더는 '그랜드 글러브' 파퀴아오는 '클레토 레예스 글러브'란 제품을 사용합니다. 9. 마우스가드 25만 달러 vs 치과의사 특별제작 복싱 선수 보호를 위해 마우스가드(마우스피스)는 필수품입니다. 메이웨더는 다이아몬드와 금이 포함된 25만 달러짜리 초호화 마우스가드를 사용합니다. 파퀴아오는 필리핀의 유명 치과의사인 델라 베가 박사가 만든 맞춤용 마우스가드를 쓰는데 폴리비닐 아세테이트(PVA)로 만든 것이어서 충격으로부터 상당히 보호된다고 합니다. 또 마우스가드에 필리핀 국기를 상징하는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하얀색이 사용됩니다. 메이웨더가 입을 트렁크는 '힙합 패션'의 대부인 대펀 댄이 만들었고 신발은 리복에서 제공합니다. 파퀴아오의 트렁크, 부츠, 가운은 모두 나이키사가 제공합니다. 10. 링 아나운서 원투펀치 총출동 이번 경기는 HBO, SHOWTIME 두 케이블 TV에 의해 공동으로 중계됩니다. '복싱의 목소리'로 불리는 세계 최고의 링 아나운서인 마이클 버퍼가 HBO를 대표해 나서고, '넘버2' 격인 지미 레논 주니어가 SHOWTIME을 대표해 링에 오릅니다. 링 아나운서계의 1,2인자가 한꺼번에 출동하는 것입니다. 마이클 버퍼는 지난 30년 동안 선수 소개 직전 "우레 같은 소리를 지를 준비를 합시다"(Let's get ready to rumble)란 말로 유명한데 이번에 두 인기 링 아나운서의 진행 대결도 볼거리가 될 전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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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복서' 메이웨더는 3일(한국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복싱평의회(WBC)·세계복싱기구(WBO)·세계복싱협회(WBA) 웰터급(-67kg) 통합 타이틀전에서 필리핀 '복싱 영웅' 매니 파퀴아오를 꺾고 승리했다.
이날 경기는 복싱 역사를 장식할 최고의 대결로 꼽혔다. 47전 47승의 무패 복서 메이웨더와 전설적인 8체급 석권의 파퀴아오는 그야말로 '용과 호랑이의 대결'로 엄청난 관심을 모았다.
엄청난 티켓 가격에도 불구하고 1만6000여 관중석이 가득 찼으며 클린트 이스트우드, 마이클 키튼, 매직 존슨, 마이클 조던, 크리스찬 베일 등 세계적 스타들도 직접 경기장을 찾아 대결을 지켜봤다.
1971년 3월 무하마드 알리와 조 프레이저의 세계 헤비급 타이틀 매치 이후 최고의 복싱 경기를 꼽히는 이번 경기는 두 복서의 치열한 기 싸움과 관중들의 환호 속에서 시작됐다.
'창' 파퀴아오와 '방패' 메이웨더의 격돌
1라운드는 치열한 탐색전이 벌어졌다. 두 선수는 상대가 먼저 움직이기를 기다리듯 과감한 펀치를 최대한 자제하고 상대의 분위기를 살피는 데 주력했다. 그럼에도 두 복서의 무게감 탓인지 링은 긴장감이 넘쳐났다.
2라운드가 되자 두 선수는 더 세게 맞붙었다. 파퀴아오는 길게 펀치를 뻗으며 메이웨더의 반응을 지켜봤다. 수비형 복서의 대가 메이웨더도 자신의 방어기술인 '숄더롤'로 파퀴아오의 주먹을 피하면서 과감히 펀치를 날리며 맞붙었다.
전형적인 공격형 인파이터 복서 파퀴아오도 메이웨더의 철통 같은 수비에 쉽게 달려들지 못했다. 하지만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두 선수의 스타일이 확연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3라운드부터 파퀴아오는 과감하게 공격을 시도했고, 메이웨더는 재빠르게 피했다. 조금이라고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상대를 껴안는 '클린치'로 파퀴아오의 돌격을 막아내며 영리하게 시간을 끌었다.
4라운드가 되자 파퀴아오가 마침내 전면 공격에 나섰다. 메이웨더를 코너로 몰아세운 파퀴아오는 특유의 연타로 엄청난 펀치를 쏟아부었다. 그러나 메이웨더 역시 두 팔로 얼굴을 감싸면서 묵묵히 펀치를 견뎌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세기의 대결'
5라운드는 다소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파퀴아오는 공격을 자제하고 다시 분위기를 살폈다. 그 많은 펀치를 막아내고도 끄떡없는 메이웨더가 오히려 날카로운 잽으로 역습에 나섰다. 안면에 잽을 맞은 파퀴아오도 이내 중심을 되찾았다.
경기가 약간 느슨해지자 관중석에서는 곧바로 야유가 터져 나왔고, 이를 의식한 듯 파퀴아오가 6라운드부터 다시 공격에 나섰다. 하지만 파퀴아오의 소나기 펀치를 모두 막아낸 메이웨더는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얼굴을 내밀며 파퀴아오를 자극했다.
7라운드가 되며 경기가 후반으로 접어들자 두 선수는 더 신중해졌다. 파퀴아오가 기회를 엿보다가 오른손 펀치를 적중시켰지만, 메이웨더 역시 뒤로 빠르게 피하면서 충격을 최소화했다.
8라운드부터는 두 선수도 다소 지친 듯 보였다. 펀치와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결정적인 펀치를 위해 힘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워낙 팽팽한 접전이었기에 판정으로 가도 쉽게 승패를 예상하기가 힘들었다.
경기가 막판으로 갈수록 두 선수는 연타가 아닌 잽으로 상대의 빈틈을 노렸다. 하지만 워낙 둘 다 노련한 복서이기에 쉽게 유효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파퀴아오가 다시 메이웨더를 코너로 몰아세우려 했지만 메이웨더는 날렵하게 빠져나왔다.
결국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특별히 기억에 남을 정도의 화끈한 난타전도 없이 마지막 12라운드까지 마쳤고, '세기의 대결'을 치러낸 두 복서는 이제 심판진의 채점표에 운명을 맡겼다.
서로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며 판정을 기다렸고, 결국 메이웨더가 3-0 전원 일치로 승리하며 48전 48승의 신화를 이어갔다. 메이웨더가 갈고 닦은 수비 복싱의 진가가 발휘된 경기였다. 하지만 두 선수의 대결에 집중된 세계적인 관심에 비하면 아쉬움이 짙은 경기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