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14 03:41
@ 어느 유학생의 이야기 @
우리나라가 지금보다 훨씬 가난했던 시절에 있었던 이야기이다. 어느 유학생이 미국 대학의 박사과정에 입학하였다. 학교에서 주는 장학금으로는 월세와 책값을 제하면 하루 세 끼를 먹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가 아르바이트를 하면 식사 문제는 해결 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쓰는 시간이 아까워서 점심을 거르고 학업에 집중하는 것을 선택했다. 빨리 학위를 마치고 싶은 마음 이 컸기 때문이다.
그가 속했던 학과의 교수들 중에는 샌드위치를 점심으로 가져 와서 휴게실에서 먹는 경우가 빈번했다. 어느 날 점심시간에 그가 학과 휴게실에 놓아둔 물건을 가지러 갔는데, 점심을 먹던 학과장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자신은 이제 나이가 들어서 체중 조절을 해야 하기에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 부담스러운데 부인 이 샌드위치를 너무 많이 담아준다는 것이었다.
다 먹기는 양이 많고, 그렇다고 버리자니 부인의 성의를 무시하 는 것 같아서 고민이라는 넋두리였다. 그러면서 혹시 샌드위치 한 쪽을 먹을 생각이 있느냐고 유학생에게 물어봤다. 얼떨결에 학과장의 샌드위치를 나누어 먹게 된 그는, 그 이후로도 종종 샌드위치를 같이 먹으며 학과장의 고민을 덜어주었다.
세월이 흘러, 유학생이 박사 논문을 마치고 학위를 받게 되었다. 그는 학위 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교수들을 부부동반으 로 초청하여 저녁을 대접하기로 했다. 그는 학과장 부부도 초대 했다. 학과장 부인에게 그동안 샌드위치를 잘 먹었다고 감사의 인사를 꼭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학과장은 그 자리에 혼자 왔다. 부인이 함께 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서, 유학생은 학과장에게 “사모님께 오늘 인사 를 드리려 했는데 못 오셔서 섭섭하다.”는 말을 했다. 그러자 학과장은, “오늘은 내가 자네에게 이 얘기를 해야 할 것 같 네! 사실 내 아내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다네. 자네에게 사실 대로 말하지 못한 점 미안하게 생각하네.”라고 대답했다.
점심도 제대로 못 먹는 가난한 유학생의 사정을 알게 된 학과장 이 샌드위치를 넉넉하게 준비해서 그의 점심을 상당 기간 해결해 준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유학생은 학과장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 을 전했다. 학과장에게 얻어 먹은 샌드위치도 물론 감사했지만, 자신의 마음이 상처받을 것을 걱정하여 자연스러운 자리에서 마치 학과장이 도움을 청하는 형식을 취하며 유학생을 배려한 그 마음이 너무도 감동스러웠기 때문이다. 유학생은 귀국해서 강의를 하게 되었을 때, 제자들에게 “어쩌면 학위 과정에서 배운 그 어떤 것보다 학과장에게 배운 배려의 마음이 더 컸다.” 라고 고백을 했으며 그도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유학 생 시절에 학과장에게 배운 점을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진정한 선행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남들을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도움을 받는 사람의 자존심 을 건드리지 않는 것도 중요한 배려이다. 이왕 좋은 일을 하는 김에, 받는 사람의 마음도 헤아려 주는 것이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옮겨온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