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03 10:33
아들이 생활비를 제대로 주지 않는다하여 아버지가 아들을 칼로 찔러 중상을 입혔다는 뉴스를 며칠 전 한국의 어느 TV가 보도했다. 전통적 가족 공동체가 쇠퇴하면서 일어나는 또 하나의 새로운 현상이다. 자녀들을 1억씩 들여 결혼을 시켜주고 아파트도 사준 부모가 막상 자기 자신은 챙기지 않다보면 이렇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재산을 물려주고 난 후 대책 없이 노후를 맞았다가 후회하면서 불효하는 자식과 법정싸움을 벌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본의 유명작가 소노 아야코는 ‘아름답게 늙는 지혜’라는 글에서 노인들이 갖게 되는 ‘거지 근성’이 노년의 품위를 떨어트리는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노인들은 뭐든지 공짜를 좋아하고 얻어먹는 것을 대접 받는 것으로 당연하게 여겨 스스로 스타일을 구긴다는 것이다. 노년의 상징은 가을이다. 추수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낙엽의 계절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면 4대 고통이 따른다. 질병, 고독감, 경제적 빈곤, 그리고 역할 상실이다. 그럼 이 4대 고통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우아하고 아름다운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노인의 존재 가치 기준은 그가 얼마나 가졌느냐가 아니다.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이루어진다. 사랑, 여유, 용서, 아량, 부드러움이 있으면 향기 있는 노년, 우아한 노인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존경받는 어르신이 되어야지 따돌림 받는 늙은이가 되면 노년이 비참해진다. 노년은 쇠퇴하고 잃기만 하는 계절이 아니다. 모든 속박과 유혹에서 해방되는 자유스러움과 편안함이 있다. 버림받는 삶이 아니라 열매 맺는 삶을 보여줄 수도 있는 것이다. 인간은 젊은 시절 생활비 버는 법을 배우는데 너무 열중해 어떻게 살 것인가는 미처 배우지 못했다. 가을인 노년에 이르러서야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고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소설가 고 박경리 씨는 자신의 노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모진 세월 가고, 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렇게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작가 박완서 씨도 세상을 떠나기 전 “나이가 드니 마음 놓고 고무줄 바지를 입을 수 있는 것처럼 나 편한 대로 헐렁하게 살 수 있어서 좋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할 수 있어 좋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잘 물든 미국동부의 가을 단풍은 서부 요세미티의 활기찬 봄 못지않게 아름답다. 노년의 아름다움은 용모도 아니고 돈도 아니다. 얼굴주름에 신경 쓸 일이 아니라 마음에 주름이 잡히지 말아야 한다. 노인의 과욕처럼 추한 것이 없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남은 시간 속에 어떤 의미를 부어넣을 것인가를 명상하며 살아야 한다. 과거가 가족을 위한 희생의 삶이었다면 노년은 자기를 위한 삶의 시기다. 또한 삶을 어떻게 사느냐의 각도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떻게 죽느냐의 각도에서도 바라보아야 한다. 가을이다. 노인들에게는 자신이 잘 물든 아름다운 단풍이 되느냐 아니면 쭈그러진 추한 가랑잎이 되느냐를 바라볼 수 있는 계절이다. <이철 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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